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출 중심 모델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며 한일 경제연대, 성장 중심 규제 개혁, AI 인프라 투자, 메가 샌드박스와 해외 인재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를 한국 경제의 새 성장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진 = SK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수출 중심 성장 공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한국 경제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한일 경제연대(Economic Collision)와 성장 중심 규제 개혁, AI 투자 확대, 그리고 ‘메가 샌드박스’와 해외 인재 유입을 통한 내수 확대를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26일 유튜브 ‘삼프로TV’, ‘언더스탠딩’, ‘압권’ 3개 채널과의 연합 인터뷰에서 “WTO 체제의 자유무역이 복원되긴 어렵다”며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시대에는 수출 중심 모델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 한일 6조달러 시장, “경제 충돌형 연대”로 안보·성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최 회장은 “대한민국 혼자서는 글로벌 무역 질서를 바꾸기 어렵다”며 “일본과 협력해 약 6조달러(약 8638조원) 규모의 경제 블록을 형성하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협력이 아닌 ‘경제 충돌형 연대(Economic Collision)’를 강조했다.
이는 양국의 제도와 산업 구조가 부딪히며 융합해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적극적 통합 모델’로,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공동 시장화와 제도적 결합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세계 4위 수준의 경제권을 형성하고, 안보와 경제 안보 양 측면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의료·에너지·스타트업 분야에서의 시너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의료보험 공동 활용을 통해 고령화 사회의 의료비를 절감하고, 에너지 공동 구매·저장소 공유를 통해 저비용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면 안보·경제 안보에서 공동 대응이 가능하며, 고비용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성장하는 기업이 우선 지원 대상”…규제의 패러다임 전환 촉구
최 회장은 저성장의 원인으로 ‘계단식 규제 구조’를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을 보호만 하는 정책은 낡은 방식이며, 이제는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고성장기에는 작은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의미 있었지만 지금은 성장이 멈춰 규제만 남았다”며 “이제는 성장 중심 정책으로 바뀌어야 경제가 다시 순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작으면 지원하고 크면 규제하는 방식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며 “성장에 성공한 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장 중심 정책이 국가 자원의 배분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산업 구조의 전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제조업의 평균 이익률은 3%에 불과하지만 소프트 상품은 50% 이상의 마진이 가능하다”며 “이제는 물량보다 마진 중심의 산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식 산업화’를 예로 들어 “맥도날드처럼 표준화된 품질과 친숙함을 확보해야 하며, 음식·소스·인테리어·주류까지 아우르는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직접 계획보다는 민간의 활력을 유도하는 장기 전략 펀드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AI는 생존의 문제”…메가 샌드박스·인재 유입으로 내수 폭발시켜야
최 회장은 AI 투자를 “국가 생존의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AI 분야는 냉전 시기의 군비 경쟁과 같다”며 “AI에서 뒤처지는 것은 국가 차원의 리스크”라고 말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돼도 AI 인프라 투자는 멈출 수 없다”며 SK가 추진 중인 100MW급 AI 데이터센터만 해도 약 7조원이 필요하고, 1GW 규모에는 70조원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석유 전쟁이 아닌 데이터 전쟁의 시대”라는 것이다.
내수 확대를 위한 실질적 해법으로는 ‘메가 샌드박스(Mega Sandbox)’를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샌드박스는 산업단지 한 층 수준에 불과하다”며 “대구 같은 도시 단위로 확장해 AI 실험장과 테스트베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개인정보 규제 등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해외 기업의 R&D 센터 유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해 해외 고급 두뇌 500만 명 유입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 노동력 유입이 아니라 고소득 전문 인력을 유치해 이들의 소비로 내수를 키워야 한다”며, 한시적 그린카드 부여와 부동산 구매 허용 등을 통해 글로벌 인재가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구상에는 ‘기업은 국가 발전의 동반자’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최 회장은 선친 고(故) 최종현 회장의 뜻을 이어 “기업은 경쟁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CEO 서밋은 보호무역주의 시대의 해법을 찾고, 미·중 관계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인들과 함께 한국의 AI·에너지 전략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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