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이번 관세 인하로 현대차·기아의 실적 회복과 AI 협력 모멘텀 강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2024년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임직원들과 그룹의 미래 혁신 방향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동차 관세 인하 협상이 타결되면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번 협상으로 현대차의 연간 관세 비용이 2026년 7천8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며, 3년간 이어졌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30일 발간한 ‘자동차 섹터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한미 협상 타결로 미국행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될 예정”이라며 “협상 발효는 1~2개월 소요될 것으로 보여 12월 또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관세 비용은 2025년 3조1천억 원에서 2026년 2조3천억 원으로 약 7천800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6천억 원) 및 기타(현대로템 3천억 원) 부문의 이익 증가를 포함할 경우 연간 약 9천억 원의 순익 개선이 예상된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이미 미국 시장 점유율 12%로 혼다와 닛산을 앞섰으나, 관세 차이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었다”며 “이번 인하로 일본 업체와 동등한 경쟁 조건을 확보했고, 도요타가 독점하던 대형 하이브리드 시장 진입을 통해 점유율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회동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기아는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에서 테슬라나 중국 업체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엔비디아와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AI 내러티브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E-Atlas 3세대’를 공개하고, 미국 메타플랜트 내 자율주행 테스트 및 로봇 투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이러한 움직임이 엔비디아와의 데이터센터·엣지칩 협력과 맞물리며 AI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완성차 중 주가수익비율(P/E),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기준으로 가장 저평가된 상태”라며 “2026년 주당순자산가치(BPS)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이 회복될 경우 현대차는 40만 원, 기아는 23만 원 수준까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완성차가 부품사보다 관세 인하의 직접 수혜 폭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 차량에는 부품 관세 3.75% 환급 제도가 적용돼 현지 생산비중이 2028년까지 50~60%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 각국의 내수 부양 정책, 중국의 수출 쿼터제 도입 등도 자동차 업종의 추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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