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무리하며 본업인 위탁개발생산(CDMO)에 집중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 분할로 회사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이해상충 구조를 해소하고, ‘순수(Pure-play) CDMO’로서 사업 정체성을 명확히 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투자 및 자회사 관리 부문을 분할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는 안건을 승인하고, 분할보고총회 갈음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로, 관련 등기 절차를 거쳐 21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5월 인적분할 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후 △8월 증권신고서 제출 △9월 효력 발생 △10월 17일 임시주주총회 결의 등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임시주총에서는 분할안이 주주 99.9%의 찬성률로 통과됐으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3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7.3%)도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분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고객사들이 제기해 온 ‘이해상충’ 논란을 구조적으로 해소하는 성격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CDMO)하는 기업인 반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개발·판매해왔다. 두 회사의 제품이 직접적으로 겹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고객사와의 사업 영역이 교차할 수 있다는 잠재적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두 회사가 독립적인 법인으로 완전히 분리되면서, 고객사 간 민감한 정보 교류나 기술 유출 우려가 구조적으로 차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순수 CDMO’ 체제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신뢰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장기 위탁계약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재편을 계기로 ‘생산능력·포트폴리오·글로벌 거점’의 3대 성장축을 중심으로 중장기 전략을 추진한다. 2032년까지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5~8공장)를 완공해 총 132만4000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항체·약물접합체(ADC)·오가노이드 등 신기술 기반의 모달리티 다변화를 이어가고, 현재 글로벌 톱20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아시아 시장 확대를 통해 톱4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실적도 견조하다. 별도 기준 매출은 1조2575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으며, 연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25~30%) 달성이 유력하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번 분할로 순수 CDMO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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