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HD현대가 세계 3위 에너지 소비국인 인도와 조선·해양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확대에 나선다. 인도가 석유·가스 수요 증가와 해운·조선 산업 현대화를 핵심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력을 갖춘 HD현대가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HD현대에 따르면 정기선 회장은 이날 경기도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하딥 싱 푸리(Hardeep Singh Puri) 인도 석유천연가스부 장관을 만나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에는 구란갈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를 비롯해 인도 정부 차관보, 국영 석유·가스 공기업 CEO, 조선·해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인도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대표단은 HD현대의 선박 설계 및 건조 역량, 스마트 조선소 운영 시스템을 둘러보며 인도 조선업의 기술 자립과 선대(船隊) 확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특히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마리타임 암릿 칼 비전 2047(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이 협력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인도는 해운·항만·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자립화를 목표로 현재 약 1500척 규모의 상선을 2047년까지 2500척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톱5 조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국가 전략을 세운 상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총 240억 달러(약 33조원)의 예산 투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선박 신조 지원 정책으로만 80억 달러 규모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인도가 해양·조선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배경에도 주목한다.
인도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약 70~80만 배럴 수준에 그쳐 자급률은 15%에 불과하다. 반면 하루 500만 배럴 이상을 소비하는 세계 3위 석유 소비국으로, 전체 수요의 8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원유·LNG·석유화학 제품을 수송하는 선박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HD현대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인도가 필요로 하는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LNG선, LPG선 등 에너지 운반선은 HD현대가 글로벌 선두권을 점한 분야다. 또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의 기술 격차가 큰 인도의 상황상, 설계 지원·기자재 공급·스마트조선소 구축·함정사업 협력 등 기술 파트너십 확대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실제 HD현대는 올해 7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인 코친조선소와 MOU를 체결하고 설계·구매·생산성·인력 역량 강화 협력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지원 범위를 함정사업까지 확대하며 협력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앞서 판교에서 정기선 회장과 협력 방향을 논의한 인도 대표단은 14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해 상선과 특수선 건조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협력 방안을 이어서 협의할 예정이다.
하딥 싱 푸리 장관은 “HD현대는 인도의 해양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며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협력 관계가 보다 실질적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기선 회장은 “인도와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HD현대는 인도의 조선산업 발전을 돕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조선·해양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계속 발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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