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땡큐 구글’
SNS(소셜미디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최근 구글이 개발한 AI(인공지능) 전용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도입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동안 AI칩의 절대강자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장을 냈다.
TPU는 머신러닝, 딥러닝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구글이 맞춤 방식으로 개발한 주문형 반도체(ASIC)다.
구글의 등장으로 그동안 세계 AI칩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엔비디아 패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맞은 가운데 국내 반도체업체 SK하이닉스는 조용히 휘파람을 불고 있다.
AI반도체에 꼭 필요한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최강자 SK하이닉스가 기존 엔비디아는 물론 구글에도 HBM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칩 GPU(그래픽처리장치)뿐만 아니라 구글 TPU에도 HBM을 더 납품할 수 있어 사업의 선택지가 대폭 늘어나는 등 사업 확대 기회를 잡게 됐다.
◇ 메타, 구글 TPU 수십억 달러 구매 검토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사진 = Meta]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세계적인 SNS 운영업체 메타 플랫폼(메타)은 구글 AI 추론 칩 TPU를 수십억달러 규모를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PU는 구글이 AI 작업을 하기 위해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브로드컴과 손잡고 만든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TPU 성능은 엔비디아 GPU와 비교해 같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그런데 TPU는 엔비디아에 비해 가격이 절반 수준에 그쳐 AI 관련 기업으로서는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AI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독주를 제어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대형 IT(정보기술)업체)를 주축으로 엔비디아 GPU가 아닌 구글 TPU를 찾는 분위기”라며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그동안 절대 강자의 면모를 유지해온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에 이어 구글까지 AI 칩을 개발하면서 HBM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구글 TPU 한 개에 HBM이 6~8개 탑재되는 만큼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엔비디아 GPU에 더해 구글도 TPU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 HBM 수요는 폭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SK하이닉스, ‘엔비디아-구글’ HBM 수요 급증에 ‘즐거운 비명’
일각에서는 기존 엔비디아에 이어 구글마저 AI칩에 필수인 HBM 수요가 커져 시장에서 HBM 공급 부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HBM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약 600조원을 투자해 4개 팹(반도체 제조공장)을 갖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라며 “최근 AI 열풍을 감안해 SK하이닉스는 가동 시점을 애초 계획인 2027년 5월보다 앞당겨 추진할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
업계에서도 최근 엔비디아와 구글이 펼치는 경쟁의 최종 승자는 SK하이닉스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글로벌 IB(투자은행) UBS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구글, 브로드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ASIC 고객을 상대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TPU 7세대(P·코드명 아이언우드)에 HBM3E 8단을 우선 공급사로 납품하고 있으며 전력 효율을 개선한 다음 세대(TPU 7e)에 들어가는 HBM3E 12단을 독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시대적 화두로 되면서 HBM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엔비디아와 구글의 치열한 신경전의 최종 승자는 HBM 최강자 SK하이닉스가 될 것이며 수요 급증에 따른 HBM 평균판매단가 상승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gyeongcheol@economy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