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R&D센터 최재혁 그룹장이 면역항암학회(SITC 2025)에서 차세대 면역조절 항암신약 HM16390의 개발 전략과 효능을 담은 포스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한미약품]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이진석 기자] 28일 한미약품은 미국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미국 면역항암학회(SITC 2025)에서 차세대 면역조절 항암신약 HM16390과 관련한 연구 결과 4건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기존 IL-2 기반 항암제가 효과는 뛰어나지만 전신 부작용이 커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는 부작용 부담을 낮추면서 항암 효과는 유지·강화하려는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HM16390은 면역세포의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단백질인 IL-2를 한미약품이 새롭게 설계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기존 IL-2 치료제는 몸 전체 면역이 동시에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고열·염증·혈관누출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잦았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신 면역반응은 진정시키면서 종양 주변에서는 암을 공격하는 T세포 활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HM16390을 개발하고 있다.

HM16390의 작용 기전을 도식화한 이미지. 기존 면역세포가 부족한 ‘콜드 종양’을 면역반응이 활발한 ‘핫 종양’으로 전환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종양 주변에서 암을 공격하는 CD8+ T세포를 증가시키고, 면역 지침 신호인 PD-1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면역항암제 반응성을 높이는 구조가 표현돼 있다. [사진 = 한미약품]


실제로 이번 학회에서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HM16390은 혈액 내에서는 과도한 면역반응을 누그러뜨리는 조절 T세포(Treg)를 잠시 증가시키는 반면, 종양 주변에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CD8+ T세포를 더 많이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신 부작용은 줄이면서 종양 내 항암 작용은 끌어올리는 ‘선택적 면역 조절’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활성화된 CD8+ T세포에서 PD-1이라는 단백질이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PD-1은 면역세포가 장기간 싸우면서 힘이 떨어질 때 나타나는 ‘지침 신호’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은 이러한 한계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PD-1 억제제)와의 병용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트루다가 이 ‘지침 신호’를 차단해 T세포의 활동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과 함께 HM16390에 잘 반응하는 환자군을 찾기 위한 바이오마커 연구도 진행했다.

약 5천 명 규모의 전사체와 단일세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IL-2 관련 면역 신호와 T세포 특성이 면역항암제 반응성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몸속 면역 신호와 T세포 상태를 통해 치료 반응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임상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HM16390의 글로벌 임상 1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 단독 투여군의 용량 증량 단계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키트루다와의 병용 투여군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전무)은 “HM16390은 기존 IL-2 계열 항암제가 안고 있던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종양 내 면역반응은 더 힘 있게 만들어주는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다”며 “다양한 암종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면역항암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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