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Boeing)이 개발한 F-15EX 전투기. 한화시스템은 이번 계약을 통해 미 공군이 운용 중인 F-15EX와 한국 공군의 F-15K에 조종석 핵심 장비인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를 공급한다. [사진 = 한화시스템]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이 미국 보잉(Boeing)과 F-15 전투기 항전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미군 전투기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 기업의 항전장비가 미 공군이 운용하는 주력 전투기 체계에 적용되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로, 국내 방산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미 공군이 운용 중인 F-15EX와 한국 공군의 F-15K에 조종석 핵심 장비인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 Eagle Large Area Display)’를 공급한다.

ELAD는 기존에 여러 계기판으로 분산돼 있던 정보를 하나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통합해 조종사의 상황 인식 능력과 임무 수행 효율을 높이는 항전장비로, 최신 전투기 조종석 구성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다기능 전시기(MFD). 한화시스템은 KF-21 항전장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F-15EX 전용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ELAD)를 공급한다. [사진 = 한화시스템]

이번 성과는 방위사업청 주도의 산업협력 정책과 한화시스템이 축적해온 항전장비 개발 역량이 결합된 결과다.

방사청은 지난해 F-15K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하며 보잉과 산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를 계기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참여를 확대해왔다.

그 과정에서 한화시스템이 보잉의 F-15 조종석 전시기 공급업체로 선정되며 미국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시스템의 ELAD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에 적용 중인 다기능 전시기(MFD)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F-15EX 기체 특성과 조종석 배치를 고려해 최적화 설계된다.

KF-21 사업을 통해 임무컴퓨터(MC), 다기능 전시기, 음성통신제어시스템, 지형추적컴퓨터 등 주요 항전장비를 국산화해온 점이 이번 수출의 기술적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 공군의 F-15EX 전투기가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로 이동 중인 모습. [사진 = U.S. Air Force]

F-15EX는 미 공군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대형 무장 탑재 능력과 긴 항속거리,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의 확장성을 갖춘 4.5세대 최상위급 전투기로 평가된다.

미 공군은 F-35가 수행하기 어려운 대량 무장 운용과 장거리 타격 임무에서 F-15EX를 핵심 전력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향후 수십 년간 조종석 현대화와 항전장비 업그레이드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의 핵심 항전장비가 F-15EX 체계에 적용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군 전투기 가운데서도 안정성과 신뢰성이 특히 중시되는 플랫폼에 한국 기업 기술이 채택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항공전자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중동 지역에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 다기능 레이다를 수출하고, 필리핀 해군 함정 전투체계와 유럽 방산기업에 AESA 레이다 안테나를 공급하는 등 수출 지역과 품목을 다변화해온 흐름을 미국 시장까지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미군 전투기 체계에 항전장비를 공급하게 된 것은 기술력과 품질을 엄격하게 검증받았다는 의미”라며 “F-15K 성능개량 사업을 시작으로 미국의 F-15 업그레이드와 글로벌 전투기 사업 전반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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