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전략기술 서밋(Summit)’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정부가 AI(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인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분을 내년 2월에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학계 등에 배분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 배하기로 한 GPU는 모두 미국 AI업체 엔비디아가 제작한 첨단 GPU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정부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약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 AI 반도체 육성에 나서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고 AI 개발 가속페달 밟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K-엔비디아 육성'과 AI 고속도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국가 AI 혁신을 위한 첨단 GPU 확보·배분 방향'을 토의하고 내년 2월부터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 1조4600억원으로 구매한 첨단 GPU 약 1만장을 중소·스타트업, 학계·연구계가 쓰도록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로부터 GPU 5만2000장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안다”라며 “이런 가운데 정부가 보유한 약 1만장을 기업과 연구기관에 건네는 것은 엔비디아를 대체할 국산 GPU 개발에 속도를 내고 이를 통해 AI 인프라 확산에 본격 나서겠다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그는 “나눠주는 GPU 1만장은 대규모 클러스터링 형태로 구축돼 연산 속도와 처리량이 대폭 개선돼 단일 GPU로는 불가능한 대규모 AI 모델 학습·추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국가대표급 AI 모델을 개발하는 이른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 국산 NPU 개발 등 ‘K-엔비디아’ 육성에 고속페달

피지컬 AI 기반 산업용 로봇이 실제 제조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정부는 자율주행·로봇·스마트 공정 등 실물 인프라에 적용되는 피지컬 AI를 차세대 전략기술로 육성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정부는 또 이번 GPU 배분을 통해 최근 피지컬 AI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NPU(신경망처리장치) 기반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해 상용화에 나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추론·피지컬 AI 분야에 강점을 지닌 국내 NPU를 2030년까지 엔비디아 등 해외 GPU 대비 2배 이상의 전력 효율성을 갖춘 AI 반도체 서버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피지컬 AI는 자동차의 자율주행과 생산설비의 공정 자동화와 같은 인프라에 활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공공 기관 시범 구매 등 국산 NPU가 공공 조달 체계에 참여하도록 해 자동차, 사물인터넷(IoT)·가전, 기계·로봇, 방산 등 주력 분야에서 AI 반도체 상용화 기술 개발을 돕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외국에 비해 비교적 취약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얘기다.


◇ 기술 첨단화로 'AI 고속도로' 완성 가속페달

[사진 = 삼성전자]


정부는 또 국산 GPU 개발에 속도를 내 야심차게 추진하는 ‘AI 고속도로’ 완성을 앞당길 계획이다.

AI시대를 맞아 국내 네트워크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하는 이른바 '하이퍼(Hyper) AI 네트워크 전략'에 따른 전략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퍼 AI 네트워크는 현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인 'AI 고속도로 완성'과 'AI G3 강국 도약'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초지능·초성능 네트워크를 갖추고 '6G(6세대 이동통)·AI 네트워크 산업 1등 국가'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이동통신과 유선 통신, 해저케이블·위성통신 등 국가 네트워크 모든 영역에서 성능 고도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인프라는 2030년 6G 이동통신 상용화와 지능형 기지국(AI-RAN)을 전국에 구축·확산할 방침이다.

또한 2030년 전국 산업·서비스 거점에 6G 기반 AI-RAN을 500개 이상 설치해 AI를 활용한 고효율·저전력 통신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부 등 정부는 2030년까지 글로벌 6G·AI 네트워크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고 매출액 5000억원 이상 글로벌 도약 기업 5개를 육성하는 복안도 마련한 것으로 안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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