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 = 엔씨소프트]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게임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인수·합병(M&A)을 축으로 한 사업 전환에 본격 나섰다.
기존 MMORPG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개발·퍼블리싱·데이터·기술을 결합한 캐주얼 게임 생태계를 구축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리후후의 3D 퍼즐 캐주얼 게임 Match Triple 3D 플레이 화면. 다양한 오브젝트를 세 개씩 맞추는 방식이 특징이다. [사진 = 리후후]
엔씨소프트는 지난 19일 싱가포르 소재 모바일 게임 및 퍼블리싱 기업 인디고 그룹(Indygo Group) 지분 67%를 약 1534억원에 취득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인디고 그룹은 베트남 모바일 캐주얼 게임 개발사 리후후(Lihuhu)의 100% 모기업이다.
리후후는 2017년 설립 이후 퍼즐·매치·3D 캐주얼 장르를 중심으로 100여 종의 게임을 빠르게 출시하며 성장해왔다.
2025년 기준 예상 매출은 약 1200억원, 영업이익은 약 300억원, 현금 보유액은 약 200억원으로, 매출의 80% 이상을 북미와 유럽에서 창출하고 있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리후후 인수는 글로벌 모바일 캐주얼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본격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아시아 지역 캐주얼 개발 클러스터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프링컴즈의 머지 캐주얼 게임 머지 스위츠: 고양이 카페 스토리 플레이 화면. 아이템을 합쳐 카페를 확장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사진 = 스프링컴즈]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국내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 스프링컴즈(Springcomes) 인수도 함께 추진한다.
스프링컴즈는 머지(Merge) 게임 장르에 특화된 개발사로, 매년 4~5종의 신작을 출시하는 빠른 개발 속도가 강점이다.
2025년 예상 매출은 약 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조직 개편과 핵심 인력 영입을 통해 모바일 캐주얼 사업 확대를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모바일 캐주얼 사업 전담 조직인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하고, 트리플닷 스튜디오와 아웃핏7 등 글로벌 유니콘 게임 기업의 성장 과정에 참여한 아넬 체만을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미니클립 등 글로벌 캐주얼 게임사 출신의 UA(사용자 확보)·데이터·라이브옵스(LiveOps) 전문가들도 합류하며 전문 조직을 구축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창의력책임자(CCO)가 지스타(G-STAR)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엔씨소프트]
한편, 엔씨소프트는 개발과 퍼블리싱 역량에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한 모바일 캐주얼 에코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캐주얼 에코시스템이란 소규모 캐주얼 게임을 다수 출시한 뒤 이용자 반응과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게임만 선별해 단계적으로 키워가는 운영 구조를 뜻한다.
대작 한두 개에 성패를 거는 방식에서 벗어나, 회사에 부담이 크지 않은 성과를 단계적으로 축적해 확장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대작 중심 구조에서 반복된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부담이 크지 않은 방식으로 외형 성장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엔씨소프트는 이용자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UA), 출시 이후 게임을 어떻게 개선·운영할지(라이브옵스), 어떤 광고와 화면 구성이 이용자 반응을 끌어내는지(크리에이티브 최적화)를 하나의 운영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여기에 자체 AI와 플랫폼 기술을 접목해 성과를 조기에 가려내고, 검증된 게임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운영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슬로베니아 소재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를 인수해 기술 및 시장성 검증(PoC)을 진행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적인 M&A와 사업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현재 규모 있는 유럽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 인수를 협의 중이며, 인수를 통한 성장뿐 아니라 캐주얼 퍼블리싱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스튜디오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2026년 초 모바일 캐주얼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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