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의 그림자 금융 리스크, 규제의 사각지대

전자상거래 기업, 금융업처럼 자금 운용
정산 지연과 할인 상품권, 금융 감독의 필요성 대두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7.30 22:15 의견 0
구영배 큐텐 대표는 30일 국회에 출석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해결을 위해 최대 800억원을 동원 가능하지만 즉시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코노미 트리뷴=김용현 기자]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의 ‘그림자 금융’ 리스크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제3자인 e커머스 기업이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판매 대금을 관리하면서, 사실상 금융회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입점업체에 판매 대금 정산을 1~2개월 뒤로 미루면서 무이자로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큐텐이 이 자금을 투자금으로 활용했다면 사실상 금융투자회사처럼 운영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상태는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CP(Commercial Paper, 무보증 단기채무증서) 발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상품권 판매를 통해 오히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가 큰 폭의 할인율로 판매한 문화상품권도 사실상 기업이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어음(CP)처럼 쓰였다. 티몬은 최근 해피머니 상품권을 7.5% 할인한 가격에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문화상품권은 액면가 대비 3% 수준의 할인 판매가 이뤄지지만, 티몬과 위메프는 7% 이상 할인율을 적용해 전체 판매액의 2~3%를 손해 보고 팔았다. 그럼에도 상품권이 결제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CP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e커머스 시장은 2013년 38조 원에서 지난해 227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속에서 e커머스 기업들은 금융업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법, 여신전문금융법 등 다양한 법률과 기관들이 e커머스 기업을 감독하고 있지만, 통합적이고 일관된 감독 체계가 부재하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은 "어느 한 부처나 기관이 전담해 감독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실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장에서 반칙하는 행위’를 강력히 분리하고 격리시키는 것"이라며 "집단적 대규모 외상거래도 금융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 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