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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겪으면서 단기 하락을 넘어 이른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크립토 윈터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수개월 이상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거래량과 유동성이 급감하고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는 국면을 뜻한다.

과거 크립토 윈터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70~80%까지 하락했고, 다수의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시장에서 사라지며 투자자 이탈이 장기간 이어졌다.

외신들은 “크립토 윈터의 본질은 가격 하락 자체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암호화폐를 미래 자산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데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월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미 백악관 유튜브]


최근 시장 조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0월 10일 발생한 급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언급하자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와 AI 주식 등 위험자산을 대거 매도하며 가격이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고레버리지 거래가 연쇄적으로 청산되며 낙폭이 확대됐다.

시장 데이터 업체에 따르면 당시 하루 동안 160만 명이 넘는 트레이더가 청산됐고, 청산 규모는 190억달러에 달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대규모 청산 이후 호가창이 얇아지면서 시장 유동성이 크게 위축됐다”며 “비트코인은 주식과 같은 다른 위험자산과 함께 압박을 받고 있지만, 레버리지 구조라는 암호화폐 특유의 요인으로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크립토 윈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최근 50주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마감했는데, 이는 과거 장기 약세 국면의 전조로 해석돼 왔다.

한 암호화폐 분석가는 “이 기준선이 무너진 뒤 장기간 조정이 이어진 사례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온체인 데이터와 자금 흐름을 근거로 이번 조정을 ‘사이클 중간 조정(mid-cycle reset)’으로 보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22년 12월 저점 이후 약 7320억달러의 신규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이는 과거 모든 강세장을 합친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의 실현 시가총액(realized market cap)은 사상 최고치인 약 1조1000억달러에 도달했다. 실현 시가총액은 현재 유통 중인 비트코인이 마지막으로 이동했을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값으로, 실제 시장에 투입된 자본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변동성 지표 역시 과거 크립토 윈터 국면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의 1년 기준 변동성은 2021년 약 84%에서 최근 약 43%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약세장에서는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지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오히려 변동성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장 현물 비트코인 ETF의 영향도 크다. 현재 미국 내 현물 비트코인 ETF는 약 136만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유통량의 약 6.9%, 금액 기준으로는 약 1680억달러 규모다.

ETF 도입 이전 하루 거래대금이 10억달러에 못 미쳤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5~9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외신들은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비트코인이 ETF에 장기 보관되며 시장 내 유통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선물 시장에서도 기관 참여는 확대되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 미결제약정은 약 68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약 30%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집중돼 있다. 이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시장 수익률 변화에 따라 자산 수익률이 함께 움직이는 정도(상관계수)와, 그 변동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베타)를 보여주는 개념도.


외신들은 다만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가격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주식시장과 점점 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상관계수다.

상관계수는 두 자산의 가격 움직임이 얼마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0보다 크면 동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과 나스닥100 지수의 평균 상관계수는 0.52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베타(beta) 성격에도 주목하고 있다.

베타는 시장 전체 변동에 대한 민감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보다 크면 시장이 오를 때 더 크게 오르고 내릴 때도 더 크게 하락하는 성향을 뜻한다.

최근 비트코인은 대표 주가지수 대비 베타가 높은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는 상승 국면에서는 수익 가능성이 커지는 대신 하락 국면에서는 손실 위험도 함께 확대된다는 의미다.

다만 이러한 신호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과거와 같은 급격한 붕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관 자금 유입과 스테이블코인 활용 확대가 시장 유동성을 깊게 만들어 과거와 같은 급격한 붕괴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보다 보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 전문가는 “시장 바닥은 수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정리되는 과정을 거친 뒤에야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트코인이 25만달러보다 5만달러에 가까워질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신들은 이번 조정을 두고 크립토 윈터와 사이클 중간 조정이라는 두 해석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전한다. 가격과 기술적 지표는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자금 유입과 ETF, 변동성 지표는 과거 약세장과 다른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크립토 윈터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단기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이 같은 구조적 지표가 향후에도 유지되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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