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트렌드포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2025년 3분기 들어 AI와 소비자 전자 신제품 수요에 힘입어 반등 흐름을 보였다.

다만 성장의 중심이 TSMC로 더욱 쏠리면서 삼성전자는 매출이 소폭 늘었음에도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12일 보고서를 통해 3분기 글로벌 상위 10대 파운드리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1% 증가한 약 45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I 기반 고성능컴퓨팅(HPC) 수요 확대와 스마트폰·PC 신제품 출시에 따른 반도체 물량 증가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 첨단 공정 수요 집중…TSMC 독주 심화

[사진 = TSMC]


업체별로 보면 TSMC는 애플의 신형 아이폰 출시를 앞둔 선제적 물량 확보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 플랫폼 본격 양산 효과를 동시에 누렸다.

이에 따라 TSMC의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3% 증가한 330억달러를 넘어섰고, 시장 점유율도 71%로 소폭 확대됐다.

삼성 파운드리는 전 분기 대비 가동률이 다소 개선됐으나 매출 증가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3분기 매출은 약 31억84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시장 점유율은 6.8%로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가동률 회복에도 불구하고 첨단 공정 비중 확대와 ASP(평균판매단가) 상승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SMIC는 가동률과 출하량, ASP가 동시에 개선되며 매출이 7.8% 증가한 23억8200만달러를 기록해 3위를 유지했다.

대만 UMC는 스마트폰·PC용 주변 IC 수요와 일부 선주문 효과에 힘입어 매출이 3.8% 늘었고, 미국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출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회성 가격 조정 영향으로 매출이 정체됐다.

◇ 삼성전자, 매출은 늘었지만 점유율은 하락

이번 분기 파운드리 실적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증가와 시장 점유율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3분기 상위 10대 파운드리의 전체 매출 증가율은 8.1%에 달했지만, 삼성의 성장률은 이에 못 미쳤다.

반면 TSMC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추가로 확대했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국면에서 삼성의 상대적 비중이 희석된 셈이다.

여기에 SMIC와 넥스칩 등 중국 파운드리들이 ‘China for China’ 전략을 앞세워 내수 물량을 흡수하며 중·하위권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 점이 삼성의 점유율 하락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자에게 파운드리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핵심 양산 거점인 화성 캠퍼스 전경. [사진 = 삼성전자]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지속하는 배경으로 단기 실적보다 장기 전략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중시한 판단을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2025년 약 1750억달러에서 2032년 2582억달러 규모로 확대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약 5.7%로 전망된다.

단기 AI 수요 급증처럼 폭발적인 성장 국면은 아니지만, 자동화·자동차·IoT·고성능 컴퓨팅·네트워킹 등 구조적 수요가 누적되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단순한 수익 사업이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전반의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며 “메모리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비메모리 영역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 내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모바일 AP, 이미지센서, 온디바이스 AI 칩 등 삼성전자 그룹 내부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생산 기반을 외부 파운드리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전략적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부 수요까지 외주에 맡기게 되면 가격 협상력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시화된 환경에서는 ‘TSMC 외 대안’이라는 존재 자체가 삼성 파운드리의 장기적 가치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의 파운드리 전략 목표를 △2위 안정화 △첨단 공정 세컨드 소스 확보 △특정 전략 고객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대 파운드리 시장은 첨단 공정 중심의 고부가 매출 성장과 레거시 공정의 안정적 수요가 결합된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 점유율 변동보다 비메모리 생태계 내에서의 지속적인 존재감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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