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AI(인공지능) 등 전 세계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영업이익을 모두 합치면 2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은 전체 매출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비·관리비 등 영업활동에 직접 수반되는 비용을 차감하고 남는 이익이다.

기업이 본업인 영업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사업 구조와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숫자로 활용된다.

◇ 전 세계 AI 열풍에 삼성전자 HBM 등 메모리 반도체 혜택

지난 10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엔비디아]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열풍의 대표적인 수혜주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제작에 들어가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HBM 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는 AI 인기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에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특히 전 세계 HBM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분기마다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보이는 등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보여주듯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현황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에서 약 62%의 점유율을 보였고 삼성전자는 약 17%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시대적 화두로 등장하면서 세계 각국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반도체 전쟁을 펼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가 급증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반도체 업계도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라며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라고 풀이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부진한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조(兆) 단위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나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정책이 오히려 반전의 기회를 줬다”라며 “미국의 관세정책에 맞서 중국 IT(정보기술)업체들이 삼성전자 반도체를 풀인풀인(pull-in·선구매)하는 등 특수효과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수익성을 되살린 업체는 HBM 등 고성능 반도체”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IT업체 AMD와 주문형 반도체(ASIC) 업체 브로드컴의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주춤했던 HBM 사업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파운드리에서 주문 확대와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IT업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와 잇따라 계약을 맺은 점도 향후 수익성 개선을 점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 SK하이닉스, 반도체 분야에서 ‘신기록 제조기’로 우뚝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진 = 대한상공회의소]


올해 반도체 산업의 주인공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올해 1~3분기에 1위를 차지해 33년 만에 삼성전자 왕좌를 빼앗았다.

또한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메모리 시장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글로벌 관세 전쟁이 정점을 치달은 상반기에도 실적 호조를 일궈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 7조4400억원, 2분기 9조2100억원을 일궈내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1분기 6조6900억원·2분기 4조6800억원)을 크게 앞질렀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창립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었고 매출은 사상 최대인 24조4500억원을 일궈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놀라운 실적은 HBM 덕분"이라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HBM 시장에서 58%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HBM 열풍에 올해 HBM 물량을 모두 판매하고 내년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이러한 수익 구조는 SK하이닉스의 향후 사업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소"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SK하이닉스는 HBM 개발 단계부터 엔비디아와 탄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든든한 납품처를 확보하는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엔비디아가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SK하이닉스 HBM 제품을 계속 공급받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전 세계가 AI 등 반도체 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그래픽처리장치(GPU)나 AI칩에서 메모리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라며 “HBM 등 첨단 메모리 수요 급증 등 메모리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내년에도 이어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 삼성전자 전사 연간 영업이익이 약 88조5000억원, SK하이닉스는 80조원에 육박해 약 170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라며 “그러나 외국 증권사는 내년에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igyeongcheol@economy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