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석용 디섹 사장, 데이브 카버(Dave Carver) 나스코 사장, 강주년 삼성중공업 팀장이 세계 워크보트쇼가 열린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만나 3자간 사업 협력 합의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삼성중공업]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중공업이 미국 나스코(NASSCO), 국내 조선해양 엔지니어링 기업 디섹(DSEC)과 손잡고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를 포함한 대미 조선 협력 범위를 본격적으로 확장한다.

여기에 미국 콘래드(Conrad) 조선소와의 LNG벙커링선 공동 건조 협력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중공업의 미국 조선시장 진출 전략이 군수·상선 양 축에서 동시에 강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세계 워크보트쇼(World WorkBoat Show)’ 기간 중 나스코, 디섹과 3자간 사업 협력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세 회사는 선박 설계, 장비·부품 공급, 인력 개발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미 해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군수지원함(Next Generation Logistics Ship)’ 사업의 공동 입찰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미 해군 차세대 함대 급유함 ‘USNS 존 루이스(T-AO 205)’가 시험 운항을 위해 포트 휴에네메 해군 기지에 정박해 있다. 이 함정은 나스코가 건조한 존 루이스급 1번함이다. [사진 =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은 연료유와 탄약, 식자재 등 군수 물자를 해상에서 신속하게 보급하는 함정으로, 항모전단과 원정함대의 작전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력이다. 단순 보급 기능을 넘어 의료·정비·지휘 기능까지 결합된 다목적 해상 지원 플랫폼 성격을 갖고 있어, 평시에는 해외 파병 지원과 재난 구호, 연합훈련 지원 등으로도 활용된다.

이번 협력에서 나스코는 미 해군 군함과 군수지원함 건조 실적, 미국 내 생산·인증 체계를 갖춘 현지 조선사로서 최종 건조와 현지 조달을 맡고, 삼성중공업은 선박 설계와 핵심 기술, 생산 공정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 협력을 담당한다.

디섹은 삼성중공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조선해양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으로, 나스코와는 선박 설계와 기자재 패키지 공급 분야에서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업계에서는 설계·엔지니어링·현지 생산이 결합된 이번 협력이 미 해군 함정 사업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제도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군수 분야와 함께 상선 분야에서도 미국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회사는 최근 미국 콘래드 조선소와 LNG벙커링선 공동 건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콘래드는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에 5개 야드를 보유한 조선사로, 바지선과 예인선, 관공선 신조·수리·개조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LNG벙커링선은 LNG 추진 선박에 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직접 공급하는 전용 선박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 연료 전환 흐름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선종이다. 미국 LNG벙커링 시장 역시 LNG 가격 경쟁력과 인프라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미국에서 비거마린그룹과 진행 중인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시작으로, 나스코와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 콘래드와의 LNG벙커링선 공동 건조까지 군수·상선 전반을 아우르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미국 조선 산업의 생산 네트워크 안으로 진입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50년간 축적해온 기술력이 미국 조선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기술 교류와 인력 개발을 통해 미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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