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이 개발한 항공기 탑재형 AESA 레이다가 장착된 시험용 항공기. 이번 국방반도체 개발 과제는 이러한 AESA 레이다에 적용되는 핵심 반도체의 국산화를 목표로 한다. [사진 = LIG넥스원]
[이코노미 트리뷴 = 이진석 기자] 5일 LIG넥스원이 유무인 전투기와 무인항공기에 탑재되는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다 및 SAR(합성개구레이다)용 핵심 반도체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과제에 착수했다.
그간 레이다 체계는 국산화했지만 내부 핵심 반도체는 해외 의존 구조에 머물러 왔던 만큼, 이번 사업은 국방반도체 자립을 향한 첫 공식 행보로 평가된다.
LIG넥스원은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능동위상배열레이다용 X-밴드 공통 MMIC 및 프론트엔드 모듈 플랫폼 개발 △무인항공기 SAR용 광대역 공통 MMIC 및 프론트엔드 모듈 플랫폼 개발 등 2개 연구과제 수행을 위한 협약을 지난달 28일 체결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전투기 AESA 레이다와 무인기 SAR 레이다에 적용되는 초소형·고성능 국방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AESA 레이다는 적 항공기 탐지와 추적, 공대공 및 공대지 교전, 전자전 수행까지 담당하는 전투기의 핵심 장비로,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가 바로 고주파 MMIC와 송수신 모듈이다.
이번에 개발되는 반도체는 전투기 AESA 레이다를 비롯해 다기능 레이다, 저피탐 무인편대기, 한국형 스텔스 무인기, 광대역 레이다 등 차세대 유무인 전력 전반에 적용 가능한 공통 핵심 소자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은 레이다 체계 설계와 체계통합(SI) 분야에서는 세계 상위권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레이다 내부에 들어가는 고주파 반도체는 미국과 유럽산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무기 수출 시 해외 정부 승인 절차가 필요하고,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력 운용과 방산 수출 모두에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국방반도체 개발은 이러한 ‘체계 국산·부품 수입’ 구조를 ‘체계·부품 동시 국산’으로 전환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현재 수출용 공랭식 AESA 레이다 체계를 확보하고 있으며, 핵심 반도체까지 국산화할 경우 향후 유무인 전투기용 고성능 AESA 레이다를 해외 승인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방반도체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국방반도체 자립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우리 군이 무기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기술진흥연구소를 비롯한 산학연과 긴밀히 협력해 국산화 개발 성공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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