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본사에서 열린 서울시–무신사 업무협약식에서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오른쪽)과 박준모 무신사 대표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 서울시청]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5일 서울시와 무신사가 봉제 일감 창출과 차세대 K-패션 브랜드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는 해외 생산 의존으로 위축돼 온 서울 봉제산업에 플랫폼 물량을 다시 연결하고, 신진 브랜드를 국내 생산 기반에서 육성하는 공급망 재편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와 무신사는 이날 오전 무신사 성수동 본사에서 협약식을 열고 △디자이너–봉제업체 일감 연계 플랫폼 구축 △차세대 K-패션 브랜드 30개 공동 육성 △국내 생산 연계 컨설팅 강화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울 봉제업계는 중국·베트남 등 해외 저임금 국가로 생산이 이전되며 구조적인 일감 감소를 겪어왔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 봉제업체의 86%가 4인 이하 영세 사업장이며 종사자의 80%가 50대 이상 고령층으로, 산업 고령화와 생산 기반 약화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브랜드 기획과 유통은 국내에 남아 있지만, 대량 생산은 해외로 완전히 이동한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협약의 핵심은 ‘일감 매칭을 시스템화’하는 데 있다.
서울시는 그간 확보한 우수 봉제업체 1015개 DB를 기반으로, 디자이너가 봉제업체 검색–상담–생산 의뢰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원스톱 일감 연계 플랫폼을 2026년 상반기까지 구축한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 1만여 곳을 대상으로 해당 시스템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서울시는 사전 시범사업을 통해 무신사 자체브랜드 일부 물량 7개 품목 약 7000장이 동대문 봉제업체에 신규 수주되며 국내 생산 연계의 실효성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무신사 PB 생산 물량의 국내 봉제 연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와 무신사는 차세대 K-패션 브랜드 30개를 매년 선발해 생산부터 브랜딩·판매까지 전 주기 육성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한다. 서울시는 시제품 제작, 해외 IP 출원 컨설팅, 룩북·홍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무신사는 온·오프라인 기획전과 플랫폼 메인 배너 노출 등을 통해 판매 채널을 집중 제공한다.
지난달 26일까지 진행된 ‘무신사 무진장 25 겨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무신사 스토어 성수 매장 전경. 해당 행사는 온라인 누적 판매 3685억원, 오프라인 매출 100억원을 넘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 = 무신사]
업계에서는 무신사 역시 이번 협력에서 일정 부분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해외 생산 대비 국내 봉제 단가는 높지만, 물류비와 환율 변동, 재고 손실과 불량 수정 비용까지 감안하면 총비용 관점에서는 국내 생산이 더 효율적인 구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트렌드 반응형 상품이나 단기 재생산이 잦은 제품군에서는 국내 봉제의 빠른 리드타임이 재고 리스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무신사 스튜디오 입주 브랜드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의류제조 코디네이터’를 운영해, 디자인별 최적의 패턴·샘플 전문가와 봉제업체를 상시 연결할 예정이다. 브랜드는 생산 컨설팅과 국내 제조 연계를 동시에 지원받고, 봉제업체는 단발성 하청이 아닌 반복 수주 구조 진입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봉제업체 일감 감소는 단순한 경기 요인이 아니라 산업 구조 문제”라며 “이번 협약은 플랫폼 유통 물량을 국내 생산망으로 되돌리는 실질적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패션 생태계가 공고해지고, 서울 패션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서울시는 일감 감소와 성장의 벽에 직면한 패션·봉제업계를 위해 실효성 있는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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