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DF1(향수·화장품 구역) 사업권을 반납하며, 과도한 임대료 구조와 ‘탈면세 소비’ 확산이 공기업 인천공사의 수익 체계에도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 = 신라면세점]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의 핵심 권역인 DF1(향수·화장품 구역) 사업권을 반납한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 변화로 매출이 줄어든 반면, 과거 입찰 과정에서 형성된 ‘고가 임대료’가 발목을 잡으면서 매달 60억~8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호텔신라는 18일 공시를 통해 “과도한 적자가 예상돼 지속 운영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했다”며 “단기적으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는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약 1900억 원의 임대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내야 하며, 계약상 6개월간 영업을 유지해야 한다.
◇ ‘승객 수 연동제’에 매출 줄어도 임대료 상승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2023년부터 이용객 수에 연동되는 구조로 전환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탈(脫)면세 소비’ 현상이 확산되면서 매출은 줄어드는데, 임대료는 오히려 오르는 기형적 상황이 벌어졌다.
신라면세점은 법원에 임대료 조정을 신청했으나, 인천공사가 “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강제조정도 무산됐다.
법원은 앞서 삼일회계법인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재입찰 시 임대료가 40% 낮아질 수 있다”며 신라·신세계 면세점의 임대료를 각각 25%, 27% 줄이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인천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인천공사 ‘선례 우려’ 내세운 고수 논란
일각에서는 인천공사가 공기업임에도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수익 논리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천공사 전체 수입의 약 27%가 면세점 임대료에서 발생하며, 이는 비항공수익의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특히 인천공사는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으로, 정부 재정 지원도 투입되는 만큼 단순 수익 논리보다는 업계와의 상생이 요구된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단순히 이익이 줄어든 게 아니라 매달 수십억 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공공성 논란은 더욱 커진다.
더구나 최근 인천공항 내 다이소 입점 등 ‘탈(脫)면세 소비’ 흐름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여행객 소비가 면세점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신라면세점으로서는 결국 철수라는 선택지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 재입찰 임대료 인하 불가피…신세계 행보에 촉각
신라의 철수로 인천공사는 6개월 내 새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면세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입찰 임대료는 기존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로 법원 감정에서도 “재입찰 시 임대료 수준이 4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향후 관심은 같은 요구를 제기했던 신세계면세점의 행보다.
신세계는 아직 소송 제기나 사업권 반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선택지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수·화장품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DF1에서조차 버티지 못했다면 다른 권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재입찰이 현실화되면 인천공사의 수익 구조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conomytribu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