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5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5’ [사진 = 삼성SDI]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SDI가 올해 3분기 591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배터리 관세 정책과 전기차 판매 둔화가 겹치면서 배터리 부문의 적자 폭이 확대됐고, 4개 분기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28일 삼성SDI가 공시한 연결 기준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3조518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4%, 전년 동기 대비 22.5%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913억 원으로, 전 분기(–3978억 원)보다 손실 폭이 커지며 부진이 이어졌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7억 원으로, 전 분기 적자에서 소폭 흑자로 전환됐다. 편광필름 사업 양도에 따른 처분이익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45X조 AMPC 세액공제(195억 원) 등이 반영됐다.
이번 영업적자 확대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SDI의 ESS(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는 그동안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돼 미국에 공급되어 왔으나, 최근 미국의 보조금 제한 강화로 가격 경쟁력이 하락했다. 이로 인해 판매 단가가 낮아지고 고정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럽과 북미의 전기차 판매 둔화로 주요 완성차 주문량이 줄어 생산라인 가동률이 낮아졌고, 감가상각비·인건비 등 고정비가 손익에 직접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미국 인디애나주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tarPlus Energy)’ 공장의 초기 가동비용도 이번 분기부터 반영됐다. 이 공장은 삼성SDI와 스텔란티스(Stellantis)가 2022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조립된 배터리와 주요 광물만을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 사실상 미국 현지 생산을 전제로 한 보조금 체계를 구축했다.
이에 삼성SDI는 인디애나주 코코모(Kokomo)에 공장을 착공했고, 이번 분기부터 삼원계(NCA) 기반 ESS 배터리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초기 시범생산과 설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차 및 ESS용 배터리 수주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원통형 46파이 및 각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글로벌 완성차와 총 110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유럽과 북미 주요 완성차 고객을 대상으로 하이니켈 원통형·각형 배터리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 공략과, LFP 및 미드니켈 배터리를 통한 보급형 전기차 시장 확대를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자재료 부문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매출은 2318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6.2%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88억 원으로 전 분기(330억 원)보다 소폭 늘었다.
삼성SDI는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실적 회복과 함께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4분기까지 미국 ESS용 LFP 배터리 라인 전환을 완료하고, 연간 30GWh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유럽 전기차 시장 회복세와 미국 ESS 수요 확대로 4분기부터 손익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규모 설비투자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는 만큼, 본격적인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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