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식 만찬에서 건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The White House Youtube]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미 양국이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산업 관세와 대규모 투자 조건을 동시에 조율하는 ‘투자·통상 빅딜’을 타결했다.

이번 협상으로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되고,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산업 협력이 추진될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은 자동차를 비롯한 핵심 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외환시장 안정의 균형을 고려한 결과”라며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총 3500억달러 투자…연간 200억달러 상한 설정

양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금융투자에 합의했다. 이 중 2000억달러는 현금으로, 나머지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s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특히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해 외환시장 부담을 최소화했으며, 투자 프로젝트는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 범위 내에서만 추진하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며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 유효하지만 실제 조달은 장기적으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 협력인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며, 현금 투자와 정부 보증을 병행하는 산업 협력형 구조로 진행된다. 이는 미국 측이 당초 요구했던 ‘전액 현금성 투자’ 방식을 수정한 것으로, 한국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마스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조선 투자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선박 기술력과 미국의 해운 자본이 결합한 장기 산업 협력 모델”이라며 “한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미국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로, 우리 측 주도권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반도체·제약 등 관세 감축 확대

이번 협상으로 미국의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이와 함께 의약품·목재 등은 최혜국 대우, 항공기 부품·제네릭 의약품·미국 내 미생산 천연자원 등은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됐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기로 합의했으며, 쌀·쇠고기 등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은 방어에 성공했다.

김 실장은 “이번 합의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과 농업 보호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충족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협상 타결 직후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고,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으로 내실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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