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엔비디아]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0일 엔비디아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 약세 흐름을 보였던 국내 증시에도 반등 동력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코스피는 인공지능(AI) 버블 논란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 속에 0.61% 내린 3929.51로 마감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대 하락했다. 장중 3854선까지 밀리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밤사이 발표된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글로벌 투자심리를 되살리면서 이날 국내 증시 역시 상승 출발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간) 회계연도 2026년 3분기 매출이 570억600만달러(한화 약 83조2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62%, 전분기 대비 22% 증가한 수치로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기록이다.

시장 전망치였던 554억달러(약 80조9000억원)를 크게 넘긴 성적이며, GAAP 기준 순이익은 319억달러(약 46조6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특히 전체 성장의 중심축인 데이터센터 매출이 512억달러(약 74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66% 뛰며 실적을 견인했다.

엔비디아는 “Blackwell GPU는 판매가 ‘폭발적’ 수준이며 클라우드 GPU는 사실상 완판 상태”라고 밝혔다.

젠슨 황 CEO는 “AI 생태계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컴퓨팅 수요는 훈련과 추론에서 모두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4분기 매출 전망을 650억달러(약 94조9000억원)로 제시했으며, 이는 월가 추정치인 61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향 고성능 GPU 판매가 미국 규제로 막힌 상황에서도 나온 전망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실적 발표 이후 해외 외신들은 “AI 시장 둔화 우려가 과도했으며 실제 제약 요인은 수요가 아니라 전력·부지·전력망 등 인프라”라고 평가하며 그간의 ‘AI 버블론’에 반박하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았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돼 온 “AI 기업들의 투자 속도가 이익 창출 속도를 지나치게 앞선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번 실적이 일정한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네트워킹·클라우드 계약 증가 등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 흐름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투자 확대가 단순한 과열이 아니라 실제 수요 급증에 기반한 구조적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킹 매출이 전년 대비 160% 증가했고, 클라우드 서비스 장기 계약 규모도 260억달러(약 38조원)로 1년 새 두 배로 확대됐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내년 이후 대규모 AI 모델 훈련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용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다.

재고자산 역시 198억달러(약 28조9000억원)로 늘었는데, 이는 수요 둔화가 아닌 공급망 병목에 대비한 전략적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월가 투자은행들도 이번 실적을 두고 “AI 업황 둔화 우려는 기우였음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일부 투자기관들이 최근 엔비디아 지분을 매도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지만, 실적 발표 직후 투자심리는 빠르게 반전됐다.

투자은행들은 “Blackwell·Rubin 등 차세대 GPU 수요가 공급 능력을 장기적으로 초과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성장 모멘텀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며 “다음 분기 가이던스는 시장의 기준점을 다시 설정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엔비디아발 훈풍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위원은 “엔비디아의 호실적과 시간외 기술주 반등 흐름을 고려하면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테마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상승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들어 코스피가 –4.3% 조정을 받으며 선행 PER은 11.7배에서 10.3배로 낮아져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됐고, 국내 상장사들의 12개월 선행 EPS는 한 달간 13% 증가했다”며 “국내 기업들의 이익 사이클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단기 조정에도 상승 경로는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반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확인한 ‘AI 수요의 견조함’이 국내 기술·반도체 업종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사이클의 진짜 병목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과 전력 인프라”라는 진단이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차세대 모델 훈련을 앞두고 장기 계약을 늘리고 있어 관련 인프라 투자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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