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3일 현대자동차·기아가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 로봇 전시회 2025(IREX)’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의 양산형 모델을 최초 공개하며 글로벌 로봇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콘셉트 모델을 선보인 지 약 3년 만에 연구·시연 단계를 넘어 실제 판매가 가능한 양산형으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로봇 전시회 IREX는 세계 3대 로봇 전시회 가운데 하나로, 올해는 ‘로봇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주제로 열렸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이번 전시에서 양산형 모베드 실물과 함께 배송·물류·촬영·순찰 등 다양한 산업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탑모듈 결합 모델을 선보이며 다목적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모베드는 현대자동차·기아가 개발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으로, 기존 로봇과 가장 큰 차별점은 지형의 제약을 거의 받지 않는 주행 안정성이다.
4개의 독립 구동 휠과 편심(Eccentric) 자세제어 메커니즘을 적용한 DnL(Drive-and-Lift) 모듈을 기반으로 각 휠에 3개의 모터가 탑재돼 구동·조향·차체 자세 제어를 동시에 수행한다.
이를 통해 경사로와 요철은 물론 최대 20cm 높이의 연석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플랫폼 상단에는 다양한 장치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는 마운팅 레일이 적용됐다.
사용 목적에 따라 물류·촬영·순찰·연구 장비 등을 수동으로 교체해 활용하는 구조로, 하나의 차체로 여러 산업 분야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배터리와 제어기가 본체에 내장돼 탑모듈은 별도 전원 없이도 구동할 수 있다.
양산형 모베드는 △연구·개발용 ‘베이직(Basic)’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프로(Pro)’ 모델로 구성된다.
베이직 모델은 연구기관이나 개발자가 자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실험용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프로 모델은 AI 기반 알고리즘과 라이다·카메라 융합 센서를 적용해 실내외 이동, 물류 배송, 촬영 등 실제 산업 환경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3D 그래픽 기반 터치 스크린 리모트 컨트롤러를 적용해 로봇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원은 너비 74cm, 길이 115cm, 최대 속도 10km/h이며, 1회 충전 시 최대 4시간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적재 중량은 모델에 따라 47~57kg 수준이다.
회사는 이번 전시에서 연석, 경사로, 방지턱 등 다양한 지형 환경을 구현해 모베드가 자율주행과 자세제어 기술을 활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시연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모베드 로딩 △모베드 언로딩 △모베드 딜리버리 △모베드 골프 △모베드 브로드캐스팅 △모베드 어반호퍼 등 탑모듈 결합 콘셉트 모델도 함께 공개했다.
배송용 탑모듈을 결합한 현대자동차·기아 ‘모베드 딜리버리(MobED Delivery)’ 콘셉트 모델. 왼쪽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적용한 버전, 오른쪽은 물품 적재함을 개방한 형태. [사진 = 현대자동차·기아]
산업계에서는 모베드를 현존하는 상용 바퀴형 자율주행 로봇 가운데 활용 범위가 가장 넓은 범용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업계 선두권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트레치(Stretch)’가 물류 하역에 특화된 완성형 장비라면, 모베드는 이동 플랫폼 위에 목적에 맞는 상판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배송·촬영·순찰·연구 등 다양한 업무를 하나의 차체로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Stretch)’. [사진 = 보스턴다이나믹스]
특히 완성차 업체 가운데 실제 양산·판매를 전제로 한 범용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을 이 수준으로 구현한 사례는 현대자동차·기아가 사실상 선두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이번 IREX 공개를 시작으로 2026년 상반기부터 양산형 모베드를 시장에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구매 상담은 로보틱스랩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 중이다.
현대자동차·기아 로보틱스랩 현동진 상무는 “모베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며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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