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3일 SK바이오팜이 독일 방사성 동위원소 (Radioisotope, RI) 전문기업 에커트앤지글러(Eckert & Ziegler)와 악티늄-225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북미와 벨기에에 이어 유럽까지 독립적인 원료 공급망을 확보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희소 원료 중심의 방사성의약품 (Radiopharmaceutical Therapy, RPT) 시장에서 안정적인 조달 체계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8월 미국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와 첫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올해 2월 벨기에 판테라와 추가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선을 넓혀 왔다. 이번 독일 기업과의 협력으로 북미와 유럽을 잇는 3중 글로벌 공급 구조가 갖춰졌고 지정학 리스크 대응력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앞선 두 공급사는 토륨-229에서 Ac-225를 추출하는 공정을 사용해 생산량이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반면 에커트앤지글러는 라듐-226을 출발 물질로 활용한 대체 공정을 운영한다. 회사는 서로 다른 원료와 공정을 기반으로 한 공급선을 확보해 공급 변동성에 대응하는 산업적 유연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악티늄-225는 알파입자를 방출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차세대 RPT 핵심 원료다. 전 세계 생산량이 극도로 적어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임상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이번 계약으로 SK바이오팜은 연구개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급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낮추고 유럽 임상 진입 기반까지 갖추게 됐다.
또한 RPT 산업 구조는 기존 합성의약품과 달리 원료 조달과 물류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SK바이오팜의 공급망 전략은 단순한 원료 확보를 넘어서 경쟁사 대비 구조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는 생산 시설이 제한적이고 반감기가 짧아 대규모 공장 증설보다 공급망 다변화가 시장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Ac-225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만큼 SK그룹 내 CDMO 역량과 연계해 향후 RPT 분야에서 개발 외에도 위탁생산 사업 옵션을 열어둔 행보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첫 RPT 후보물질인 SKL35501을 도입해 임상 1상 준비를 마무리했고 최근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 Wisconsin Alumni Research Foundation)으로부터 두 번째 후보물질 WT-7695를 확보하며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안정적인 Ac-225 공급 체계 구축에 따라 임상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RPT 개발의 핵심은 고품질 원료의 안정적 수급”이라며 “유럽까지 확장된 글로벌 공급망을 기반으로 차세대 항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kyh-official@economy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