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한국 경제호(號)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글로벌 관세 전쟁 속에서도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거두는 쾌거를 달성했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약 1028조원)를 넘어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예측할 수 없는 대내외 환경에서도 한국경제가 혁혁한 성과를 거둔 증거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와 한국무역협회(무협)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을 열고 이같이 치하했다.
◇ 무역 유공자, 정부·유관 기관장 등 1000여명 참석
제6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 [사진 = 한무역협회]
이날 행사에는 무역 유공자를 비롯해 정부, 주요 기업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 수출은 효자 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 제조업과 첨단 산업에서 튼튼한 경쟁력을 과시해 7000억달러 달성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라며 “특히 최근 전 세계에서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에 ‘K-푸드’, ‘K-뷰티’ 등 K-소비재 수요가 급증했고 한국 방위산업에 대한 해외 관심도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한국의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달러로 2022년(6287억달러) 이후 3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일궈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3500억달러 규모의 관세 압박을 밀어붙여 국내 기업 수출 전선에 암운이 낄 것으로 걱정했다”라며 “그러나 이런 와중에 7000억달러 수출 달성은 박수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 SK하이닉스, 350억달러 수출 실적 거둬 최고의 상 받아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왼쪽)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한국무역협회]
이날 기념식에서는 한국 수출을 이끌어온 무역 유공자 598명과 1689개 기업에 포상을 수여했다.
단일 법인이 달성한 수출 실적이 특정 구간을 넘어설 때 수여하는 '수출의 탑' 부문은 SK하이닉스가 350억달러로 최고 탑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확대 전략에 힘입어 3년 전인 2022년 30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350억달러 수출의 탑을 거머쥐었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60억달러 수출의 탑 △HD현대삼호는 4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제이셋스태츠칩팩코리아 △현대로템 △노벨리스코리아는 각각 2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출의 탑 수상 기업 가운데 91%가 중소기업”이라며 “산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업종이 두드러져 두 업종은 전체 1억달러 이상 수출의 탑 수상기업 67개 중 20개를 차지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해는 국제 통상마찰 심화라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수출기업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은탑산업훈장이 지난해 대비 1점 늘어난 7명에게 수여됐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의 성과에 대한 정부의 격려도 이어졌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올해 성과는 우리 산업 경쟁력과 수출 의지가 합쳐져 만든 성과로 우리 경제와 수출의 강인함과 회복력을 상징한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정관 장관은 "앞으로 역대 최대 수출을 넘어 산업혁신과 K-컬처를 토대로 우리 무역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수출 온기가 중소기업, 지역, 노동자 등으로 확산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 안심할 수만은 없는 수출 성적표
정부는 이번 시상식에서 수출 시장이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아세안, 유럽연합(EU) 등 나머지 지역으로 다변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 중소기업이 올해 3분기 누계 기준 역대 최다인 8만9000개를 기록하고 중소기업 수출 실적도 871억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수출 저변도 넓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수출 시장 다변화가 이뤄졌다고 발표했지만 한국의 국가별 수출 의존도를 살펴보면 중국 19.5%, 미국 18.7%로 전체 수출의 38.2%가 중국과 미국 두 나라”라며 “미국이 관세전쟁을 이어가고 있고 중국도 한국 주요 수출품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두 나라에만 수출을 의존하면 안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중국과 미국 수출시장을 등한시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세계 최다 인구를 갖춘 인도를 비롯해 남미, 아세안 등 거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나도 차기 행정부가 현재 관세정책의 근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에 따라 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 틀을 유지하고 여러 교역국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수출 품목 다변화도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이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인 점은 장점이면서 단점”이라며 “이들 품목 외에 한국의 첨단 바이오, 헬스 등 새로운 유망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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