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현대로템]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10일 현대로템은 페루 육군 및 국영 방산기업 FAME와 K2 전차와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하며 중남미 방산 시장 공략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체결됐으며, 후속 이행계약이 체결될 경우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장갑차 141대가 페루에 공급될 예정이다. 사업은 페루 정부가 추진 중인 지상전력 현대화 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분류된다.

현대로템은 장비 공급과 함께 현지 조립공장 구축과 일부 생산 공정의 현지화를 병행하고, 교육훈련·군수지원·운용 지원 패키지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 장비 수출을 넘어 현지 방산 생태계 조성까지 포함한 장기 협력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계약이 이행될 경우 국산 전차의 중남미 첫 수출 사례가 된다. K2 전차 완성품 기준으로는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수출 사례다. 현대로템은 앞서 2024년 페루에 K808 차륜형장갑차 30대(약 6000만 달러 규모)를 첫 수출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육군 훈련에서 기동 중인 K808 차륜형장갑차. K808은 산악·비포장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8×8 구동 방식의 보병전투용 장갑차로, 이번 페루 수출 물량에 포함된 주요 기종이다. [사진 = 현대로템]


방산업계에서는 2024년 K808 첫 수출을 통해 페루군 운용 신뢰가 먼저 구축됐고, 이를 기반으로 이번에 전차까지 포함된 대형 패키지 계약으로 확장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차량 시연과 성능 설명, 운용·정비 체계 소개 등을 통해 수출 성사를 지원했으며, 이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 경험이 이번 총괄합의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을 페루의 지형·치안 환경에 맞춘 기동전력 중심 현대화 전략의 결과로 보고 있다. 페루는 산악과 밀림이 혼재된 지형 특성상 전차보다 차륜형 장갑차의 실전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도입 물량도 전차 54대 대비 장갑차 141대로 기동 전력 비중이 크다.

외교·정책적 의미도 뒤따른다. 이번 합의는 ‘APEC 2025 KOREA’를 계기로 형성된 한–페루 정상외교 성과가 실제 페루 방산 수출 계약으로 이어진 첫 사례로 평가된다. 국방부, 외교부, 방위사업청 등 관계 부처도 협상 과정 전반에서 외교 지원과 수출 여건 조성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위산업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단순 수출을 넘어 중남미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신뢰도와 확장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한 사례”라며 “향후 인근 중남미 국가로의 추가 수출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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