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추첨 최종 결과. [자료 = 대한축구협회]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편성이 윤곽을 드러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조추첨식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치러지는 월드컵의 12개 조 구성이 확정됐다.
이번 대회는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 공동 개최로 진행된다. 개최국 세 나라는 모두 1번 포트에 자동 배정됐으며, 미국은 D조, 멕시코는 A조, 캐나다는 B조에 각각 배치됐다.
본선은 2026년 6월부터 약 한 달간 북미 16개 도시에서 열린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팀은 기존보다 대폭 늘어난 32개국이다. 각 조 상위 2개 팀과 조 3위 가운데 성적 상위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FIFA는 “48개국 체제 도입으로 더 많은 국가가 월드컵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이번 조추첨에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 진출팀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조추첨 결과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강호들이 몰린 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네 팀 모두가 서로 할 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구도인 만큼 실제 경쟁은 예상보다 훨씬 치열해질 수 있다”며 결코 쉬운 조는 아니라는 상반된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F조에서 네덜란드·튀니지·유럽 플레이오프 팀과 한 조에 묶이게 됐다.
개최국 미국은 D조에서 파라과이·호주·유럽 플레이오프 팀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유럽 강호 스페인은 H조에서 우루과이·사우디아라비아·카보베르데와 경쟁하게 됐고, 프랑스는 I조에서 세네갈·노르웨이·플레이오프 팀과 함께 조별리그에 나선다.
남미의 전통 강호 브라질은 C조에서 모로코·아이티·스코틀랜드와,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J조에서 오스트리아·알제리·요르단과 각각 조별리그를 치르게 됐다.
전통 강호와 신흥 전력이 조별리그 전반에 고르게 분산되면서, 본선 초반부터 지역 간 전력 대비가 뚜렷하게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주요 언론들 역시 이번 조추첨 결과에 대해 “전통 강호와 신흥 강국이 비교적 고르게 분산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일부 조에 대해서는 “조기 빅매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요 외신은 “확장된 월드컵 체제가 본선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치 무대가 된 월드컵…조추첨식에서 더 선명해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추첨식 무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옆에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함께 서 있다. [사진 = White House 공식 유튜브 캡처]
이번 조추첨식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정치 무대’로 연출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행사 전반에는 미국 정치권 인사와 FIFA 수뇌부가 전면에 등장했고, 주요 장면마다 정치 지도자의 표정과 반응이 카메라에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특히 FIFA는 이번 행사에서 ‘FIFA 평화상’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여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조추첨식의 주인공이 선수도, 감독도 아닌 정치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한 주요 외신은 “월드컵이 더 이상 정치로부터 독립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님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신 역시 “이번 조추첨식은 미국 정부의 영향력과 FIFA의 정치적 계산이 결합된 행사로 보인다”며 “2026년 월드컵을 둘러싼 외교적 이해관계가 조추첨 무대 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FIFA가 이처럼 정치 지도자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2026년 대회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미 3개국 공동 개최라는 점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캐나다·멕시코 간 통상 및 국경 이슈를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진 상황에서, 비자 정책, 보안, 국제 이동, 중계권, 글로벌 스폰서십 등 대회 운영 전반이 미국 정부 정책과 직결돼 있다는 점도 정치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FIFA로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치적 협조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커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 경제 효과는 ‘미미한 순이익’…그러나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
월드컵을 둘러싼 경제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반복돼 왔다.
다수의 국제기구와 학술 연구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가 단기적으로 GDP를 소폭 끌어올리는 효과는 있지만, 인프라 투자 비용, 부채, 사후 유지비까지 감안하면 순이익은 거의 0에 수렴하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IMF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분석 보고서에서 “월드컵 개최가 단기적으로는 관광·서비스 소비를 통해 GDP의 약 1% 안팎 수준의 추가 성장 효과를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 순재정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스포츠 경제학자들 역시 “월드컵은 재정 투자 관점에서 고수익 프로젝트로 보기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2002년 FIFA 한일월드컵 기간 광화문과 서울시청 앞에서 거리응원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 =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하지만 월드컵의 가치를 ‘돈’으로만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또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사회에 형성된 집단적 열광과 자신감, 거리응원의 기억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삶에 깊숙이 남아 있다.
한 스포츠사회학자는 “월드컵은 단순한 경기 이상의 사회적 의례에 가깝다”며 “사람들이 함께 울고 웃으며 공유하는 감정은 GDP나 재정수지로 환산되지 않지만, 개인의 삶과 사회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 거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 끌어안고 환호하던 장면은 지금도 많은 국민들 기억 속에 생생하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들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힘든 시기를 버티게 한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 TV 밖으로 나온 월드컵…치지직에서도 열린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시청 방식에서도 또 하나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 지상파·케이블 중계뿐 아니라, 네이버의 실시간 인터넷 방송 플랫폼 ‘치지직’에서도 월드컵 경기를 라이브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이는 월드컵 시청 문화가 기존 TV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모바일과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TV보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해설, 채팅, 실시간 반응을 함께 즐기는 방식에 익숙해진 상황이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이제 월드컵은 ‘TV로 보는 국가 행사’에서 ‘플랫폼을 넘나드는 글로벌 콘텐츠’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며 “치지직 중계는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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