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회계심사·감리에서 총 10건의 회계처리 위반 사례를 적발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11년 이후 주요 지적사례를 꾸준히 공개해 왔으며, 2024년부터는 공개 주기를 반기 단위로 확대해 기업과 감사인의 결산·감사 품질 제고를 지원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지적된 사례는 △매출·매출원가 △종속·관계기업 투자주식 △재고자산·유형자산 △기타 자산·부채 등 주요 회계 영역 전반에서 고르게 분포했다.
이번에 공개된 10건의 지적사례는 △매출 및 매출원가 허위계상 △종속기업 라이선스 수익 인식 오류 △관계기업투자주식 미분류 △관계기업투자 지분법 회계처리 오류 △관계기업투자주식 지분법 평가 오류 △재고자산 과대계상 △재고자산 평가충당금 과소계상 △유형자산 손상차손 미인식 △개발비 등 과대계상 △금융자산·부채 과대계상 등이다.
금감원은 이 가운데 대표적 사례 3건을 별도로 제시하며 동일 유형의 회계부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관계기업투자주식 미분류 – 유의적 영향력에도 일반투자로 처리한 사례
A사는 같은 그룹 내에서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상호 영향력을 행사하는 B사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관계기업으로 식별하지 않았다.
회사는 ‘의결권 제한 합의서’를 근거로 실효 지분율이 20% 미만이라고 판단하며 B사 주식을 FVOCI 금융자산으로 분류했고, 그 결과 지분법 회계처리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감원 조사 결과 A사는 B사의 최대주주였으며 지분율도 20% 이상이었다.
A사 이사가 B사 이사를 겸직해 유상증자 신주배정 결정 과정 등 주요 경영 의사결정에도 직접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한 회사가 근거로 제시한 의결권 제한 합의서 역시 신뢰성이 낮았다. B사 주주총회의사록에서는 해당 제한 주식이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A사는 B사에 대해 명백한 유의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투자주식을 FVOCI로 잘못 분류해 지분법 손익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당기손익이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은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거나 이사 겸직 등 경영진의 상호교류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유의적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감사인은 지배구조와 경영 참여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의결권 제한의 실효성이 의심될 때에는 유의적 영향력 판단을 위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재고자산 과대계상 – 프로세스 변경 시 통제 적용 미흡
화장품 판매업체 D사는 외주가공업체 요청에 따라 생산 프로세스를 변경하면서 원재료 출고를 수기로 임시 관리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판매된 제품의 원재료 출고 일부가 누락됐으나 회사는 해당 사실을 결산 과정에서 인지하고도 매출원가로 바로 반영하지 않고 원가를 다음 해로 넘겨 인식했다.
또한 외부감사인이 타처 보관 재고를 조회하는 절차에서 원재료 보관처에 허위 회신을 요청하는 등 감사 절차에 부정하게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감원은 “생산 프로세스가 변경된 경우에는 해당 프로세스에 부합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적시에 적용해야 한다”며 “감사인은 프로세스 변경이 중요왜곡표시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필요 시 추가적인 감사절차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개발비 과대계상 – 자산인식요건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내부창출 무형자산의 자산인식요건. [사진 = 금융감독원]
통신장비 제조사 E사는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지출을 개발비(무형자산)로 처리했다.
회사는 기술적 실현가능성과 미래경제적효익 창출 가능성 등 내부 창출 무형자산 인식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 조사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회사는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고, 신제품 개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인건비까지 개발비에 포함시키며 자기자본과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사용 또는 판매 의도, 미래경제적효익 창출 가능성, 개발 완료에 필요한 재원 확보 가능성 등 6가지 기준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사인은 전문가적 의구심을 바탕으로 회사가 제시하는 기술·재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감사절차를 통해 합리적 확신을 확보하는 등 감사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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