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The next Exynos’ 예고 영상 속 엑시노스 2600 이미지.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 예고 영상을 공개하며 스마트폰 두뇌 경쟁의 전면에 다시 나섰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30초 분량의 영상은 ‘탁월함을 보여줄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그간 엑시노스를 둘러싸고 반복돼 온 성능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엑시노스 2600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플래그십 칩으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2나노(nm)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AP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설계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맡고, 생산은 파운드리사업부가 담당하는 완전 내재화 구조다.

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양산 공급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엑시노스는 그동안 퀄컴 스냅드래곤과 병행 탑재되는 이중 전략 속에서 ‘성능 편차’ 논란을 반복해 왔다.

일부 세대에서는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가 불거지며 소비자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

같은 갤럭시 시리즈라도 지역별로 탑재 칩이 달라 체감 성능 차이가 발생했던 점 역시 엑시노스에 대한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애플이 공개한 모바일용 A17 프로(왼쪽)와 PC·태블릿용 M3 패밀리(오른쪽) 칩 내부 구조 이미지. [사진 = 애플]


모바일 AP 시장의 주도권은 오랫동안 애플 A시리즈가 쥐고 있었다.

애플은 칩 설계부터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까지 수직 통합 구조를 유지하며 CPU 성능과 전성비, 실사용 최적화에서 경쟁사들을 지속적으로 앞서왔다.

삼성과 퀄컴은 GPU와 통신 성능, 최근에는 AI 처리 성능(NPU)을 중심으로 추격전을 벌여왔다.

일부 벤치마크에서는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이 AI 연산 영역에서 애플을 앞서는 결과도 나타났지만, 종합 성능 구도는 애플과 퀄컴이 상위권을 형성해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엑시노스 2600은 이 같은 구도를 근본적으로 흔들겠다는 삼성의 전략형 칩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엑시노스 2600은 내부 테스트에서 아이폰17 시리즈에 탑재될 A19 프로 대비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약 6배 이상 높게 측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와 비교해서도 NPU 성능은 약 30%, GPU 성능은 최대 29% 앞선다는 수치가 거론된다.

다만 CPU 성능과 전력 효율, 장시간 사용 시 발열과 성능 유지력 등은 실제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GAA 공정 전략 로드맵. 모바일(SF2·SF2P), AI·HPC(SF2X·SF2Z), 전장(SF2A) 등 응용 분야별 공정이 구분돼 있으며, 엑시노스 2600은 모바일용 2나노 공정에 해당한다. [자료 = 삼성전자]


이번에 2나노 GAA 공정을 전면 적용한 점도 기존 엑시노스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2나노 공정은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고, 전력 누설을 줄여 성능 대비 소비전력을 낮출 수 있는 구조다.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도 엑시노스 2600은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을 실제 양산 제품에 적용해 검증하는 시험대 성격을 동시에 띤다.

자사 스마트폰에 최첨단 공정을 적용한 칩을 직접 투입함으로써 파운드리 기술력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 유튜브 댓글에는 기대와 경계가 뒤섞인 반응이 빠르게 확산됐다.

상단에 노출된 다수의 공감 댓글에는 ‘이번에는 반드시 실망시키지 말아 달라’, ‘삼성 사용자로서 다시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엑시노스를 둘러싼 과거의 논쟁과 실망이 여전히 소비자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동시에, 이번 2600에 거는 기대감 역시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엑시노스 2600의 성패가 단순한 모바일 칩 하나의 성공 여부를 넘어, 삼성 반도체 사업 전반과도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세대에서 퀄컴과 동급 이상의 실사용 성능이 입증될 경우 삼성은 스마트폰 AP에서 ‘퀄컴 의존 구조’를 상당 부분 탈피할 수 있다.

반대로 다시 한 번 발열이나 성능 논란이 재현될 경우 엑시노스 전략 자체가 장기간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엑시노스 2600은 단순한 신제품 티저를 넘어, 삼성이 모바일·파운드리 양 축을 동시에 건 기술 승부수를 던졌다는 상징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갤럭시 S26 실기 테스트와 글로벌 시장 평가가 삼성 반도체 전략의 향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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