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경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성능시험을 진행 중인 ‘레드백(Redback)’ 보병전투장갑차(IFV)가 주행 시험을 하고 있다. 레드백은 해외 수출을 겨냥한 차세대 IFV로, 한화의 방산 수출 전략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사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방산업계 최초로 R&D·마케팅용 K9 자주포를 자체 보유하게 되면서, 한국 방산 산업의 구조가 군 전력 조달 중심에서 수출 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국내 방산업체들은 군 장비를 직접 소유할 수 없어 연구개발과 해외 전시, 성능 시연, 개조 시험을 진행할 때마다 군에 납품된 장비를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이 과정에서 방위사업청과 국방부 승인에 평균 2~3개월의 행정 절차가 소요됐고, 장비 1대당 연간 약 1억원 수준의 대여 비용도 발생했다.

그러다 지난 7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방산업체도 수출 또는 국방 연구개발 목적에 한해 방사청장 승인을 받아 방산물자를 생산·개조·보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출 주력 기종인 K9A1과 개발 중인 K9A2,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등 주요 장비를 자체 자산으로 보유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한화는 지난 2일 경남 창원 3사업장에서 R&D·마케팅용 K9A1 출고식을 열었으며, 해당 장비는 내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방산 전시회에 처음 전시될 예정이다.

자체 보유가 가능해지면서 해외 바이어 요청 시 성능 시연과 개조 시험이 보다 유연하게 이뤄지고, 전시 일정과 시험 일정 운영의 자율성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일 경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연구개발(R&D) 및 마케팅용 K9A1 자주포 출하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R&D·마케팅 전용으로 출하된 장비는 K9A1이며, 향후 레드백(IFV) 등 주요 수출 장비도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사진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는 기본 설계와 체계 통합을 한화가 수행했고, 개발비와 시험평가는 대부분 국비로 충당된 대표적인 국책 무기체계다.

그동안 완성된 실물 장비의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돼 왔고, 기업은 제작자이자 납품업체의 지위에 머물러 왔다.

이번 자체 보유 허용은 이러한 국가 소유 원칙에 제한적 예외가 처음 적용된 사례로, 국내 방산업계에서도 제도적 변곡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수 중심의 군 조달 구조만으로는 고비용 체계 무기의 지속 개발과 대규모 양산이 어렵다는 현실 인식이 이번 제도 개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방산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제품 혁신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kyh-official@economy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