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손잡고 해외송금과 외환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본격 도입한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전날 3일 하나금융 명동 사옥에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우선 블록체인 원장 기반 해외송금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이후 외환 업무와 하나머니 서비스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협력의 핵심은 기존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와 중계은행을 거쳐야 했던 해외송금 구조를 단일 블록체인 원장 기반의 직접 정산 구조로 전환하는 데 있다.
송금 정보와 정산 기록을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함으로써 △송금 소요 시간 단축 △중계 수수료 절감 △거래 추적의 실시간화 △정산 리스크 축소가 가능해진다.
특히 하나금융은 개인 간 송금보다 파급력이 훨씬 큰 기업 간 수출입·무역 결제 영역까지 블록체인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수출입 거래에서 계약·송금·정산·환전이 분절돼 처리되던 기존 구조를 하나의 원장으로 통합할 수 있어, 향후 무역금융·신용장(L/C) 자동화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입 일정도 빠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하나은행 본점과 해외 법인·지점 간 송금에 블록체인 기술이 우선 적용되며, 이후 적용 국가와 서비스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송금·정산 서비스를 제공 중인 바이낸스의 관련 홍보 화면.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인프라가 실사용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사진 = 바이낸스]
일부에서는 이번 움직임을 기존 중계은행 중심의 국제결제 질서를 기술로 뒤흔드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해외송금과 외환 정산은 JP모건, 씨티, HSBC 등 소수 글로벌 대형은행이 사실상 관문을 장악해 왔다.
송금이 여러 중계은행을 거칠수록 수수료와 정산 지연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블록체인은 이 중계 단계를 기술적으로 최소화하거나 제거할 수 있어 기존 중계 수익 모델 자체를 약화시키는 성격을 가진다.
하나금융은 기존 국제금융 체계에서도 원화 결제와 아시아 권역을 중심으로 일정 부분 중계은행 역할을 수행해 온 금융사다.
이번 블록체인 전환은 중계 기능을 포기한다기보다, 기존 중계 수익을 차세대 디지털 정산 인프라로 옮겨 담겠다는 선제적 방향 전환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와의 협약이 특히 주목받는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라는 제도 환경 변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될 경우, 이를 지탱할 블록체인 결제 레일과 월렛, 정산 인프라의 실사용화가 급격히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이 지금 시점에서 블록체인 해외송금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제도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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